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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다 키우고 나서야 시작한 것들

우물2 2025. 6. 22. 21:10

어느 날 문득 집이 너무 조용하다는 걸 느꼈어요.

아이들 키울 때는 나를 위한 시간이 없었어요. 아이들 밥, 아이들 학교, 아이들 학원, 아이들 아플 때. 하루가 전부 그것들로 채워져 있었거든요. 그게 힘들다고 느낀 적도 있었는데 막상 그 시간이 끝나고 나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오랫동안 누군가를 위해서만 살다 보니 나를 위해 뭔가를 한다는 게 어색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냥 멍하니 보내는 날이 많았어요. TV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어봤는데 뭔가 손에 안 잡히는 느낌이었어요. 아이들한테 연락이 올 때만 반짝 생기가 도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식물 코너 앞에 멈춰 선 날이 있었어요.

사실 그 전까지 식물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아이들 키울 때 잠깐 베란다에 방울토마토를 심어본 적이 있었는데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 다 죽여버린 기억이 있어서요. 나는 식물 못 키우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단정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날 마트 식물 코너에서 작은 화분 하나를 들었다가 내려놓고 또 들었다가 결국 카트에 담았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집에 뭔가 살아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조용한 거실에 초록색 하나 있으면 달라 보일 것 같았어요.

 


처음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물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어디에 둬야 하는지, 왜 잎이 떨어지는지. 그냥 물 주면 사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한 달 만에 잎이 반이 떨어지고 나서야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부터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식물 키우는 법, 잎이 떨어지는 이유, 물주기는 언제 해야 하는지.

 

찾아보면 볼수록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보다 깊고 넓더라고요. 물 하나만 해도 언제 주느냐, 얼마나 주느냐, 어떤 물을 주느냐가 전부 달랐어요. 흙도, 화분도, 위치도 다 이유가 있었어요.

 

그 과정이 재밌었어요. 아이들 어릴 때 육아책 읽으면서 이건 왜 그런 거지, 저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면서 공부하던 느낌이랑 비슷했어요. 뭔가를 알아가는 과정이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오랫동안 잊고 살았구나 싶었어요.

 


 

식물을 키우면서 달라진 게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식물들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게 하루의 시작이 됐어요. 새 잎이 올라왔는지, 흙이 말랐는지, 어젯밤에 잘 있었는지.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이게 하루에 리듬을 만들어줬어요. 누군가를 돌보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에요. 아이들이 집을 떠나면서 사라진 그 감각이 식물을 통해 조금씩 돌아왔어요.


그냥 식물 키우기에 재미 붙인 사람의 솔직한 이야기를 쓰는 공간이에요. 저처럼 식물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 자꾸 죽여서 포기하려는 분들, 조용해진 집에 초록색 하나 들이고 싶은 분들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해요.

앞으로 제가 직접 겪은 것들, 실패한 것들, 겨우 살린 것들을 하나씩 써나갈 거예요. 잘 부탁드려요.